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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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의 ‘혁신 리더십’ #12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등록일: 2021-05-21  |  조회수: 610

글로벌 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의 증가로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찾아올 불확실성은 미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위협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테이퍼링 (양적완화축소)와 금리인상 가능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경제가 직면한 사상 최고수준의 부채규모를 고려한다면 향후 1-2년 동안 금융시장을 포함한 한국경제의 여러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Moody’s)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의 Aa2(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국가와 개인의 채무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필자는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제상황이 되면 종종 작년 작년 3월 1일 84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미국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생각한다. 미국의 경영잡지 <포츈>이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한 잭 웰치가 사망한 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잭 웰치와 같은 리더는 이 세상에 없다..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며 애도를 표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20년 동안 비교 불가능한 성장과 변화로 GE를 이끌며 미국 기업의 풍경을 바꾸었던 전설적인 CEO 잭 웰치가 사망했다’라는 기사를 내며 그의 삶을 재조명 했다.

 

하지만 잭 웰치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CEO도 흔치 않을 것이다. GE의 CEO로 재임하는 기간 내내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추앙 받았지만, 그의 강인하고 직설적인 스타일로 인하여 퇴임 후 수직적이고 독선적인 ‘구시대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위기관리에 대한 탁월한 역량은 WSJ의 표현처럼 ‘비교 불가능’하고, 불확실성이 점차 커질 앞으로의 경제상황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발휘해야 할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기에 간단히 소개해 본다. 

 

잭 웰치는 1981년 4월 GE의 CEO로 부임한 직후 각 계열사를 돌며 현황파악을 시작한다. 하루는 당시 GE의 대표적 사업 중 하나이고 그래서 많은 엘리트 직원들이 일하고 있던 원자력 사업부를 방문한다. 명문대학에서 MBA를 마친 임원들이 새로 부임한 웰치 앞에서 앞으로 매해 원자로를 3기씩 수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 20% 이상씩 성장하겠다라는 야심 찬 보고를 끝마쳤다. 임원들 머릿속에는 이런 긍정적인 사업계획을 들은 신임 CEO인 잭 웰치가 칭찬과 격려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회의를 마무리 짓는 장면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잭 웰치는 잠시 침묵에 잠긴 후 냉정한 말투로 ‘불과 2년전인 1979년에 스리마일 섬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벌써 잊었느냐’면서 앞으로 미국 내에서 원자로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매년 높은 성장을 하겠다는 임원들에게 냉정한 목소리로 성장가능성 제로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라는 웰치를 보며 임원들은 불만을 갖게 되었지만 신임 CEO의 서슬 퍼런 지시에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잭 웰치의 지시대로 성장률이 제로가 되었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재설정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어 어떤 방식과 절차를 통해 실행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 B를 마련한 것이다. 

 

GE의 원자력 사업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잭 웰치의 예상대로 스리마일 섬 재난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GE는 이후 20년 동안 신규 원자로를 불과 4기만 수주했는데 그것도 미국 내 수주는 전무한 실적이었다.전략회의에서 보고했던 임원들의 계획대로 매해 20%씩 성장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신입직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비용을 늘렸다면 재앙수준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 사업부는 웰치의 협박 (?) 덕분에 마지못해 수립한 플랜 B를 착착 실행할 수 있었다. 플랜 B에는 직원 수를 2410명에서 160명으로 축소하고 원자로 건설 설비 대부분을 매각하고 건설과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기 판매한 72기의 원자로에 연료 공급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즈니스 환경이 점차 불확실해지고 경쟁의 룰이 본질적으로 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반듯이 갖춰야 할 역량중의 하나로 ‘상시위기관리’ 역량이 부상하고 있다. 경영자의 개인적인 ‘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위기를 경쟁사보다 좀 더 빨리 파악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점검해보자. 이를 위해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1)    시장의 위험신호를 경쟁사 보다 빨리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가?

2)    위기의 원인과 유형에 따라 대응 가능한 시나리오와 플랜 B가 마련되어 있는가?

3)    고정비용을 줄이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실행방안이 마련되어 있는가?

4)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 존재하는가? 

5)    조직 구성원들과 위기상황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존재하는가?

6)    위기대응을 주도할 팀이 존재하며 이들이 가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리더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만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잭 웰치의 사례에서 보듯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한 플랜 B를 마련하라. 상시 위기관리 역량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은 우리 회사의 위기관리 역량은 어느 정도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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